오늘 한 시간은 내일 종일보다 더

시냇가에 심은 나무

오늘 한 시간은 내일 종일보다 더

글 유안진(시인, 서울대 명예교수)

세상에서 너 소유한 모든 것 중 / 가장 귀중한 것은 ‘오늘’이니
너의 구원자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라는 / 두 도적 사이에서 자주 십자가에 달리운다
기쁨은 오직 오늘의 것 /어제나 내일이 아닌 다만 ‘오늘’의 것 / 너는 행복할 수 있으리니

우리네 슬픔의 대부분은 어제의 잔재이거나 / 내일에서 빌려 온 것일 뿐
너의 오늘을 고스란히 간직하라 / 어느 음식, 너의 일. 너의 여가를 향유하라
하느님께서 오늘을 너에게 주셨다 / 모든 어제는 거두어 가셨고 /
모든 내일은 아직 그분의 손안에 있도다

오늘은 너의 것이니 / 거기서 기쁨을 취하여 행복을 누리고
거기서 고통을 취하여 사람이 되어라 / 오늘은 너의 것이니 하루가 끝날 때
‘나 오늘을 살았고, 오늘을 사랑했노라’고 / 말할 수 있게 하라
-작자 미상-

나는 후회만 잘한다. 잘못 살았던 어제의 그늘을 오늘로 끌어당겨 오늘을 통째 망치곤 한다. 어제가 후회되면 오늘은 제대로 살아야 하는데도 흙수저, 무수저라는 핑계와 탄식이 일쑤다. 고아 의식, 야생 의식보다 큰 재산도 없다는데도 말이다. 거듭된 실패에도 제 힘으로 살아나야 한다는 절박함 외에는 기댈 아무것도 없다는 위기의식이야말로, 신이 주신 최대 소명과 최상의 기회가 아니었나 말이다. 이른바 바닥체험이라는 절망의 순간 일어서게 되는, 그래서 자수성가를 찬양하는 까닭 아닐까. 위인들의 95% 이상이 하층 신분 출신이라 고아 의식이나 야생 의식으로, 거듭되는 실패의 순간마다 바로 오늘을 살았다지 않던가.

오늘은 내일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지, 오늘 없는 내일이 없어, 영어 문장의 시제(時制)는 현재형을 미래형으로도 사용하고 해석하지, 공부도 일도 미소도 사랑도 사과도 용서도 지금 당장 오늘 실행할 것, 오늘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장소 이 시간 이 악조건 이 기회가 최후인 듯 최선을 다할 것, 생각만 하는 사람은 오늘을 놓치기 쉽다지, 그래서 공자도 “세 번 생각하고 할까요?”를 묻는 제자에게 두 번이면 충분하다고 했으리.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도, 무수한 사람들의 무수한 체험과 지혜에서 뽑혀진 한마디 아닐까? 생각만 하고 미루기 선수인 내가 나에게 다시 일러주는 말일게다.

사진 김승철 안수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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